'주어가 없다'고 말한 ㄴ 의원께 드리는 말쌈... 어제, 그리고 오늘

한국어 구어체에서는 주어가 많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오래 전에 본 무슨 드라마에서 본 대사 한 줄...

번역 강의할 때 많이 인용했었음...

(할머니가 손녀를 바라보며)

“할미는... 이 결혼 안 했으면 좋겠다...”

이 할머니가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마음이 흔들린다는 걸 손녀와 의논하는 걸까요?...라는 물으면 누구나 웃더군요

특히 우리 말은 주어/목적어가 context 상에서 많이 생략된다는 건 너무 자명한 사실...

ㄴ 의원은,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아시는 분만 웃으삼 - 김어준 뉴스공장에서 ㅂ 의원과 설전 벌이는 거 듣다가 갑자기 생각남)


네덜란드 남부 누에넨(Nuenen) - 깨어진 영혼, 예술가의 좌절된 사랑의 흔적을 찾아서 여행은 즐거워

네덜란드 남부 누에넨(Nuenen) - 깨어진 영혼, 예술가의 좌절된 사랑의 흔적을 찾아서

<Loving Vincent Living Vincent #3>




네덜란드 남부, 노스 브라방 주에 위치한 인구 2만 정도의 작은 도시, 누에넨. 1882년 빈센트 반 고흐 아버지가 이곳 목사로 부임했고, 당시 30세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1883년부터 2년간 이곳에서 지내며, 대작으로 인정받는 ‘감자 먹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베틀 짜는 사람, 교회, 수차, 풍차, 정물화 등을 작업했다. 노동의 순수성을 사랑했던 그는, 두껍고 투박한 농부의 손마디와, 뭉툭한 코, 어두운 식탁 조명의 의미까지도 살려냈다.

##(수차)

빈센트 반 고흐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시답게 사방에 그 발자취가 가득했다. 특히 마을 입구에 세워진 그의 동상 아래 새겨져 있는 한 마디를 보면 그가 얼마나 이곳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꿈꾸던 브라방(누에넨이 있는 주)의 모습이, 이곳에서 현실로 느껴져” - 1884년 5월 15일 테오에게 보낸 빈센트의 편지 중에서 -


마을이 오픈 갤러리처럼 구성되어 있어, 빈센트 반 고흐의 추억이 있는 곳, 실제 그림의 모델이 되었던 장소 앞에는 작은 안내문과 영어/네덜란드어 오디오 서비스도 제공된다.

이 중에서 특히 발길이 머물게 된 곳은, 그가 사랑했던 한 여인이 살던 집이었다. 마가레타 마곳 베게만(1841~1907), 빈센트보다 12살이나 연상이었던 그녀는 빈센트 옆집에 살았다. 빈센트 어머니가 동네에서 옷감 짜기를 가르치던 중 몸을 다쳐 일할 수 없게 되자, 옆집에 살던 그녀가 그 일을 대신 하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친해졌고 사랑에 빠졌다. 그는 그녀에게 청혼까지 하게 된다.



그녀는 신경 쇠약과 우울증으로 힘들어했고, 빈센트 반 고흐도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는지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녀를 더 일찍 만나지 못 한 것이 아쉬워. 10년 전 쯤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녀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 한 크레모나 바이올린(역자 각주: 크레모나 : 바이올린 제작지로 유명한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도시) 같아. 상처가 많은 악기 같거든. 하지만 (역자 설명:상처가 있어도 그대로 가치가 있는) 바이올린처럼 그녀는 아주 귀하고 소중한 여자야. - 1884년 앤톤 반 라파르트(1858~1892)에게 보낸 편지 -” (번역 : 이진영)

하지만 결국 그녀는 1884년 자살을 시도한다. (이 둘의 결혼 반대로 죽음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들의 관계도 그렇게 끝났고, 빈센트에겐 또 한 번의 상처로 남았을 뿐이다.



소박한 농부와 노동자를 사랑했던, 가슴이 따뜻한 예술가 빈센트도 연애 문제만큼은 좌절과 거부당함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1881년 에텐에서 연상의 미망인 ‘키’ 보스-스트리커(1846~1918)와 사랑에 빠졌지만 양가의 반대로 헤어졌다.

1881~1883년 헤이그에서는 시엔(1850~1904)이라는 창녀와 함께 살았다. 임신한 그녀를 불쌍히 여겨 작업실에 들인 것이다. 동생 테오를 제외한 가족 모두와 후원자들은 이를 심하게 반대했고, 그는 결국 그녀를 떠나야 했다.


 



심지어, ‘감자 먹는 사람들’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그림 중 좌측에서 두 번째), 고르디나 스티언을 임신시켰다는 의심까지 받게 된다.

후일 파리에서는 이탈리아 여인 (아고스티나 세가토리, 파리의 카바레 '르 탕부랭'의 주인)과도 사귀었다고 한다. 그가 애정을 느낀 대부분의 여성은 그 시대 사회적 약자인 과부, 매춘부 등이 주를 이뤘고, 모든 관계는 비극으로 끝났다. 그가 일생 후반기를 보낸 아를에서 창녀촌을 드나든 것은 도저히 이룰 수 없었던 관계에 대한 체념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는 이곳 누에넨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 당시 가까웠던 화가 친구 앤톤 반 라파르트(1858~1892)와는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림에 대한 이견으로 등을 돌렸고, 이곳에서 만난 크레모나 바이올린 같은 사랑하는 여인과는 비극적으로 헤어졌으며, 1885년에는 사랑하는 아버지마저 이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심지어 사생아의 아버지라는 억울한 누명으로 쓰고 이곳을 떠나야 했으니, 상실의 시간이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작품에 대한 영감과 열정을 받은 곳 또한 이곳 누에넨이다. 창작의 힘은 갈증에서 온다. 채울 수 없었던 사랑의 빈 공간, 허기진 힘으로 그는 붓을 들지 않았을까.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아니한가. 좌절과 결핍은 역설적으로 우리를 움직이는 동력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잃는 순간, 그것을 다른 것으로 채우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때로는 폭발적인 힘을 가지며, 그것이 예술과 창조 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예술가의 상실감과 예술혼이 담긴 누에넨의 길을 걷고 또 걸어본다. (끝)


<타이타닉(Titanic)> 20년 만에 다시 출항하는 대형 크루즈 영화에 대한 백만가지 생각들



<타이타닉(Titanic)> 20년 만에 다시 출항하는 대형 크루즈


- 흘러간 시간만큼 다양해진 감상 포인트와 함께 -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잭 도슨 역), 케이트 윈슬렛(로즈 드윗 부카더 역)

국내 :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 194분

1998년 국내 개봉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세월이 흘러도 식지 않는 워너비 로맨스를 꿈꾸게 해줬던, <타이타닉>이 2012년에 이어, 2018년 20주년을 맞아, 두 번째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카데미상 11개 부문 석권, 영화 흥행 전 세계2위 등, 관련 기록과 수식 어구를 열거하기에도 끝이 없는 이 영화는, '영원으로 기억될 세기의 로맨스' '세상 끝까지 함께 할, 단 하나의 운명, 단 한 번의 사랑'이란 카피와 함께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뱃머리에 서서 ‘나는 세상의 왕이다(I am the king of the world)!'를 외쳤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앳된 젊은 시절 모습을 다시 대형 화면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타이타닉>은 1912년, 아일랜드에서 뉴욕으로 항해하던 당시 세계 최고의 초호화 크루즈 ‘타이타닉’호와 거기 승선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꿈의 배는 ‘가라앉을 수 없다’면서 안전기술을 자랑했지만, 빙산과 충돌하면서 무력하게 두 조각난 후, 북대서양 바닷물 속에 가라앉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후, 배와 함께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보석 ‘대양의 심장’을 찾아 전력투구하는 탐사대. 그러나 이 탐사를 통해서 찾아낸 것은 그 다이아몬드가 아닌, 오랫동안 그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던 슬프면서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였다.

기울어진 가세를 어쩌지 못해, 어머니의 강압으로, 돈 많은 약혼자와 함께 미국으로 향하는, 상류층 로즈(케이트 윈슬렛 분)와, 부둣가 술집에서 도박하다가 타이타닉 삼등칸 티켓을 얻은 가난한 화가 잭, 어쩌면 너무 짧았기에 가능했던 뜨거운 사랑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사랑에 현실적 비개연성을 부여하기에는,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고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사라지면서 남긴 잭의 마지막 부탁은, 너무 애달프다.

내가 받고 싶은...

최고의 선물은...

꼭 살아남는단 당신 약속이야

포기하지 말고

꼭 살아남아야 돼

한 줄기 희망조차 없어도

약속해, 로즈

그 약속 절대 잊으면 안 돼

잭과 했던 약속대로 로즈는 살아서 남았고, 적어도 잭으로 인해서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잭이 로즈의 목숨과 삶 모두를 구한 남자였다는 사실을, 이젠 할머니가 되어버린 로즈가 담담하게 고백한다.

원래 여자의 가슴은 비밀의 바다거든

하지만 이제 모두 잭 도슨을 알게 됐군

내 인생을 구한 남자가

바로 그 배에 탔었던 거지

난 잭의 사진 한 장 없어

내게 남은 건 아련한 기억뿐이지

엄청난 로맨스 신드롬을 남겼던 이 영화가 국내에서 최초 개봉되고 20년이 흘렀다. 영화는 스크린에 걸리는 순간 관객의 것인 만큼, 그 세월만큼의 새로운 관객과 관점이 영화와 만날 것이다.

1998년 <타이타닉> 최초 개봉 당시, 극장 스크린은 한 줄이 8.5 글자(띄어쓰기 한 개 포함)를 넘지 못하는 세로 자막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글자 수의 제한을 받지 않는 가로자막으로 편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또, <타이타닉>의 저주라는 말이 따라 다닐 정도로 아카데미 상복이 없었던 남녀 주인공도 한풀이를 했다. 케이트 윈슬렛은 2009년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2016년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으니 말이다.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었으며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당시 우리는 IMF 구제 금융 직후, 치열하게 삶을 헤쳐 나갔으며, 첫 민주 정부를 맞아 환호했으나, 이후 역사의 소용돌이는 계속됐고,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었으며, 이는 촛불 혁명과 새 정부 출범으로 이어졌다.

타이타닉의 침몰 뒤에도, 빙산이라는 자연 재난적 요인 이전에 '최고’ 와 ‘최대’ 그리고 ‘1등’만을 상위 등급으로 분류하는 저급한 자본주의가 자리하고 있었다. 게다가 치졸한 인간의 이기심은 어떠한가.

구명보트에서 앉아 겨우 목숨은 구했지만, 죽어가는 사람들을 코앞에서 지켜보아야만 했던 사람들 중 한 명인 몰리(캐시 베이츠 분)는 이렇게 말한다.

이러다 죽는 건가

살 수 있을까...

그러나 누구도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

'세상 끝까지 함께 할, 단 하나의 운명, 단 한 번의 사랑'을 태운 <타이타닉>의 침몰은, 인간의 오만과 무책임이 빚어낸 참사였다는 아픈 성찰이어야 하며, 남은 자들의 삶의 무게를 재조명하는 질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달라진 세상, 새로운 시대를 희망하는 2018년, <타이타닉>은, 2월 1일 메가박스 단독 출항으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끝)




네덜란드의 개념 식당 <talentino> 답사기</talentino>

네덜란드의 개념 식당 <Talentino> 답사기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계모임(?)도 하고 생일잔치도 하는 이곳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서빙하는 직원들이 약간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주문 받을 때도 약간 답답하고, 직사각형 모양의 접시를 가지런히 놓지 않고 대충 막 놓고 가는가 하면,   옆 테이블 젊은 남자는 내가 들어가기 힘들게 의자를 뒤로 빼고  앉아있기도 하고...
그런데 이유를 알고 나서, 약간의 불편이 큰 감동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은 정신적으로 약간의 문제가 있는 젊은이들을 일부러 고용하는 식당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식당 이름도 Talentino (You've got talent ; 누구나 잘하는 게 있어!!)
한 개인이 운영하는 이런 식당이 두 개 베이커리가 한 개 있다고 해요.
운영자의 선한 경영의도에 부응하는 지역 주민들이 이곳을 많이 찾고 있고,음식 맛도 좋았답니다.
서비스가 약간은 불편하더라도 굳이 이곳을 찾는 지역주민들과,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크고 작은 상처가 있는 젊은이들, 이런 선함을 실천해내는 경영자, 그리고 초대해준 친구 모두에게 감사하며, 한국 사회에서도 이런 사업체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봅니다.  

- 음식 소개 -  
Zuurvlees...약간 갈비찜 같기도 하고...
Bouillon van paddestoelen, flensjes en gehaktballetjes van wild...고기 스프
Konijn op zijn Limburgs...토끼 고기 요리
Vijgen uit de oven met walnoten en vanilleijs... 구운 무화과와 크림 디저트

영어는 아니지만 사이트 사진이라도 보면서 신도들이  감격에 같이 하길..

http://www.restaurant-talentino.nl/




빈센트의 고향 쥔데르트를 찾다_내 붓과 물감으로 반 고흐를 그린다 from 네덜란드 여행은 즐거워

아프지만 고향을 추억하는 예술가의 흔적을 찾아간 여행

빈센트 빌렘 반 고흐(1853~1890)가 태어나서 11살까지 살았던 네덜란드 쥔데르트(Zundert). 평생을 방랑자로 살았지만, 그의 잠재의식 속에서 쥔데르트는 순수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했다. 약 150년이 지난 지금,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그 옛날 그가 뛰놀던 길과 강가를 거닐며 그를 추억해본다.




유년기 시절 빈센트는 괴팍한 성격이었고 친구도 별로 없었다고 한다. 결국 11살 때에는 친구들과의 싸움으로 초등학교를 퇴학당하고, 20km정도 떨어진 제벤베르헨으로 전학을 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그와 동생 테오와의 아름다운 형제애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러시아 조각가 오십 자킨(Ossip Zadkine:1890~1967)이 이런 동상까지 세우게 된다. 동상의 받침대는 고흐가 만년에 입원해있던 프랑스의 생레미 드 프로방스 시에서 기증받았고, 그가 입원해 있었던 정신병원의 흙을 섞어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빈센트의 아버지가 개신교 목사로서 일했던 교회 마당에는 빈센트보다 딱 1년 전 사산된 그의 형 또 다른 빈센트의 무덤이 남아있다. 그것도 하필이면 빈센트가 태어나기 정확하게 1년 전 1852년 3월 30일, 이곳에 묻힌 형의 죽음은, 그의 부모님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의 빚이 되지는 않았을까


그의 생가 자리엔 박물관이 들어섰고, ‘이모(aunt)'라고 부를 정도로 친하게 지냈던 이웃의 집은 식당이 되었지만 시청 모습은 그대로 남아있다. 프랑스의 오베르 쉬즈 와주(Auvers-sur-Oise, 1890년 5~7월)는 그가 생을 마감한 곳이지만, 그는 죽기 전 그곳 시청을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실은 그의 그림 속 시청은 이곳 모습을 훨씬 많이 닮아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빈센트는 고향의 모습을 붓과 물감으로나마 추억하고 싶었던 것일까...



자신을 운명적인 방랑자로 보았던 빈센트였지만, 그에게도 향수는 늘 남아있었던 것 같다.

1888년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작업할 때,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른 사건은 잘 알려져 있다. 고갱의 연락을 받은 동생 테오가 놀라서 달려오고, 동생을 만난 빈센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금 쥔데르트 시절 같아.’

그가 귀를 자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자신의 예술 후원자이며,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 줬던 동생으로부터 곧 결혼한다는 편지를 받고 그 충격으로 그런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는 얘기도 있다. 바로 그 상실의 순간, 자기를 보러 달려온 동생의 존재는 쥔데르트였을 것이고, 정서적인 고향이었을 것이다.

그의 긴 방황이 시작되었지만, 아련한 뿌리가 남아있는 곳, 이곳 쥔데르트에는 빈센트의 아픈 회귀 소망이 함께 했던 것 같다. 내 어린 시절 뛰어놀던, 지금은 고가도로가 들어선 개천가, 넓게만 보였던 굽이굽이 좁은 골목의 내 고향을 떠올리며, 빈센트의 숨결이 남아있을 것 같은, 네덜란드 어딘가로 발길을 돌려보기로 했다.

(to be continued)


<언어 갈등이 유혈폭동으로 이어진 작은 나라, 그 국경 마을을 거닐다> _ 벨기에_네덜란드 국경지역_뵈렌 여행은 즐거워

<언어 갈등이 유혈폭동으로 이어진 작은 나라, 그 국경 마을을 거닐다>

네덜란드-독일-벨기에가 붙어있는 어딘가에서 열심히 하이킹 중인(오늘도 12,000보 넘게 걸었노라 우하하하) 진 교주의 현장 생생 정보 통신 :

위치적으로 종교 혁명의 물결이 닿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도 작은 십자고상과 성모 마리아 상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천주교회 안의 성탄절 모형이 너무 아름다운, 평화로운 농촌 마을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1979년 유혈폭동과 경찰의 진압이 있었다고 합니다. 샴페인 병을 던지고 경찰은 체루탄으로 화답(?)하는 우리에겐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 벌어진 것이죠. (사진 참조) 우리는 독재타도가 이슈였지만, 그들에겐 뭐가 그리 심각한 문제였을까요?

벨기에는 (예전 벨기에 대사관 근무 경험으로 봐서도 알 수 있지만) 탄생부터 언어적인 갈등이 있었고 (북부-플레미시(네덜란드어의 방언 정도) / 남부-프랑스어 / 약간의 독일어권), 그 갈등이 고조에 달했던 것이죠. (행정구역적 언어권과 실제 주민 언어권의 차이가 생겨서) Francophone Retour à Liège (Return to Liège) party(불어권 리에주를 돌아가자는 정당)와 d the Flemish Voerbelangen (Voeren’s Best Interests) party(뵈렌의 최고 이익 우선 정당)이 치열하게 부딪혔던 것이죠.

네덜란드 여행객이 우체국에서 여행자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려고 네덜란드어를 사용했더니 거들떠도 안 보면서 ‘Dutch를 사용하면 도와줄 수 없다’고 개무시했다는... (실화임)... 다른 언어를 말하는 옆집과는 원수처럼 지내야 하는.... 아, 그때 그런 이웃 집 아들딸이 사랑에 빠졌다면 그야말로 20세기판 로미와와 줄리엣이 되었을 겁니다.... 현재는 휴전 상태??? 정도??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요? 본질에서 많이 멀어진, 그래서 ‘어따 대고 반말이야?’라고 종결되는 싸움처럼 말이죠.

그래서 진교주는 뇌세포 일정 용량 법칙을 준수하기로 했습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에는 신선한 정보와 웃음 소스를 입력해서, 무겁고 어두운 기억은 세포에서 제거해나가는 것이죠.

동화처럼 아름다운 마을 정경, 자유 도서관, 아담한 하이킹 이정표에 푹 빠져서.....1만 2천 보, 진흙탕 트레일에 푹푹 빠지면서, 2018년을 맹글어갑니다... 진 교주 신년 설법 중에서...


오스 (The Oath, 2016) : 사랑과 폭력의 본능 _ 그 극한을 보여주다 영화에 대한 백만가지 생각들

오스 (The Oath, 2016) : 사랑과 폭력의 본능 _ 그 극한을 보여주다

범죄, 드라마, 스릴러

2018년 1월 11일 국내 개봉 예정

103분

아이슬란드

15세 관람가

감독 :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출연 : 헤라 힐마,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사랑하는 딸을 구할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까지 할 수 있는가?

저명한 외과 의사 ‘피누르(발타자르 코루마쿠르 분)’는 명예와 부,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였지만,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안나가 마약 딜러 ‘오타르(기슬리 온 가다르손)’와 사랑에 빠지면서 모든 것이 흔들린다. 아버지가 보기엔 ‘엇나간 사랑’이지만, 애정 결핍에 시달렸던 안나는,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면서 헤어지는 것을 거부한다. 오타르가 마약 딜러라는 것을 알고, 피누르는 어떻게든 오타르를 감옥에 보내려고 하지만, 법에는 늘 구멍이 있는 법, 그 법망을 피해 빠져나가는 그를 막을 방법이 없다. 협박과 회유도 통하지 않고, 이제 오타르는 다른 가족까지 해칠 것이라면서 피누르를 협박하자,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병원에 실려온 한 총상 환자에게서 힌트를 얻어, 즉사하지 않고, 고통 속에 서서히 죽어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이것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오타르를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계획으로 이어진다. 이제 피누르의 심장은 차가워지고, 언어는 거친 송곳이 되어 피누르에게 꽂힌다.

‘모르핀에 길들여진 인간들처럼 상처가 썩으면서 죽어가는 거야, 피부 썩는 냄새를 맡을 거고, 벌레가 꼬이게 만들거야. 파리, 구더기가 꼬이겠지. 그 녀석들이 살점을 뜯어먹거든’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설원을 달리는 피누르의 사이클링은, 점점 고조되어가는 그의 절제할 수 없는 분노를 함께 상승되어 간다. 사랑에서 시작한 그의 복수는, 그 자신 안에 잠자고 있던 폭력의 본능을 화약고에 던지게 한다. 이젠 멈출 수 없는 폭력의 트랙 위에 올라선 것과 같다. 그 자신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던 바로 그 곳에서 말이다.

이런 치밀한 복수는 그가 외과 의사였기에 가능했다. 의사라는 직업에 큰 공적 도덕심을 부여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반하는 것은 아닐까? 히포크라테스 선서 몇 가지 버전 중에서 국내에 잘 알려져있지 않은 루이스 라자그나(Louis Lasagna : 1923~2003 : 미국 의사 컬럼비아 대학교)가 1960년대 만든 선서문 중 일부가 영화 속에서 소개된다.

‘내가 의사로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감사할 뿐이지만

생명을 끊는 것 또한 내 권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결정할 때 인간의 한계와 책임을 인지해야 하며

무엇보다 신을 흉내 내서는 안 된다‘

생명을 구하는 것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을 끊을 수 있다는 어마무시한 구절로, ‘악인’에 대한 그의 복수는 합리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한계와 책임을 인지한 ‘의사 행위’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질문은 북유럽 특유의 스산하고 차가운 공기처럼 관객의 폐부를 파고든다.

<오스>는 <에베레스트(2015) : 제이슨 클락 / 제이크 질렌할 / 키이라 나이틀리 / 로빈 라이트 출연), <콘트라밴드>등으로 잘 알려진, 유럽 최고의 배우 겸 감독 발타자르 코루마쿠르가 <미결처리반Q> 시리즈 제작진과 손잡은 최신작이다.

아이슬란드 개봉 당시 아이슬란드 오스카상인 제18회 에다어워즈에서 작품상 포함 총 13개 부문 노미네이션, 6개 부문 수상 및 폭발적인 흥행으로 큰 화제를 모았고,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71회 에든버러국제영화제,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52회 시카고국제영화제 등에 초청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그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헐리우드식 스릴러와는 온도와 색감이 다른 <오스>(원제목 : The Oath)는 1월 11일 국내 개봉된다.

(끝)




<Loving Vincent Living Vincent> #1 내 붓과 물감으로 반 고흐를 그린다 from 네덜란드 여행은 즐거워

<Loving Vincent Living Vincent> #1

내 붓과 물감으로 반 고흐를 그린다 from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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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일정으로 네덜란드 브레다로 날아왔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바쁘게 출국 준비를 하던 즈음, 영화 <러빙 빈센트>를 보았다. 전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으로, 107명 아티스트의 62,450점의 유화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지금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실사로 느껴질 만큼의 세밀하고 정교한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불편하리만치 투박한 붓의 숨결이 살아있는 이 작품은, 새로운 차원의 영상 예술 작품을 감상하게 해줬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인생은, 격정적인 예술 세계, 특이한 색감, 의문으로 남은 그의 죽음, 자신의 귀를 자를 정도의 기괴한 성격, 37세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예술가 정도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튀어나온 반 고흐는, 내게 방랑, 방황, 그리고 여행을 말하고 있었다.

'여행이 축약형 인생’이듯, ‘인생은 다소 긴 여행’이기도 하다. 정확하게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매순간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나름의 개방형 여행 방식과 많이 닮아있다. 빈센트 자신도 이렇게 말한다.

‘내가 모험가가 된 것은 선택이 아닌 운명이다.(....I am not an adventurer by choice but by fate.’ (1886년 빈센트 반 고흐가 영국 화가 호라스 리벤스(Horace M Livens)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이를 증명이나 하듯이 그는 37년 짧은 생애 동안 4개국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프랑스의 수 십 개 도시에서 고단한 삶과 작업을 이어갔다.

인간으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 반 고흐 인생의 절대 변수가 되었던 폴 고갱. 원시적인 색채와 강렬한 이미지로 특이한 화풍을 만들었던 프랑스 인상파 화가인 그가 실제 모델이 된, 서머셋 모옴(William Somerset Maugham : 1874~1965)의 소설 ‘달과 6펜스’에서도, 미지의 세계와 인간의 방랑성이 언급된다.

어떤 사람은 자기에게 맞지 않는 장소에 태어나기도 한다. 어쩌다가 그들은 그런 상황에서 살아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딘지도 모르면서 자신의 그 뿌리(고향/집)를 그리워하고 향수를 느끼며 살아간다. 그들은 정작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는 낯선 사람인 것이다. (번역 : 이진영)

I have an idea that some men are born out of their due place.

Accident has cast them amid certain surroundings, but they have always a nostalgia for a home they know not. They are strangers in their birthplace...

반 고흐와 고갱,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주식 중개인을 일하던 40대 평범한 가장이었으나 화가로 살아가기 위해서 모든 걸 버리고 떠난다)는 상당부분 서로 닮아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그들의 작품이 거래되는 21세기, 미술에 문외한이며, 자본주의 사탕발림에 중독되어 스마트폰이나 흔들어대는 평범한 한국인인 내가, 그들과 닮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퍼즐을 이곳 브레다에서 풀어가기로 한다. 2년 전 여행에서, 그 호수에서 ‘그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오지 않았을, 네덜란드 남쪽의 작은 도시에서 말이다.

<Loving Vincent Living Vincent> 나의 버전을 그려내기 위해서 무엇부터 해야 할까? 빈센트 반 고흐가 어릴 때 분명 먹었을 핫 스폿(Hut spot(Peestamp) : 감자와 당근을 익힌 후 으깨고, 그 위에 고기/소시지 등을 얹어서 먹는다, 가난한 가정에서는 topping 없이 감자/당근만 먹기도 했다 - 친구 설명)(사진1)을 먹고,



이곳 브레다에서 영화 <러빙 빈센트>를 다시 봤다. (사진2) 100 여 년 전 벼룩시장에서 단돈 5센트에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거래됐다는 바로 이곳 브레다에서, 예술가들의 열정과 영화 기술로 부활한 반 고흐를 다시 만난 것이다.






그리고 떠난다... 반 고흐가 태어나서 11살까지 살았던 곳, 평생 가장 긴 시간을 머물렀던 그곳 쥔데르트로....

(To be continued : 빈센트 반 고흐 감성의 뿌리 쥔데르트를 찾아서)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The Man Who Invented Christmas, 2017)>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메이킹 필름, 작가는 주인공을 만들고, 주인공은 작가의 영화에 대한 백만가지 생각들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The Man Who Invented Christmas, 2017)>

-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메이킹 필름, 작가는 주인공을 만들고, 주인공은 작가의 비밀 서재를 열어준다

장르 : 드라마, 코미디

2018년 1월 개봉 예정

감독 : 바랫 낼러리

출연 : 댄 스티븐스 / 조나단 프라이스 / 크리스토퍼 플러머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소재로 한 대중문화 콘텐츠는 수없이 많다. 권선징악, 사랑, 나눔 등을 주제로 하기에, 안전한 계도적 성탄절 스토리로 자리 잡아 왔던 것이다.

하지만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찰스 디킨스의 ‘산고(産苦)’를, 소설 속 인물 스크루지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판타지적 신선함과 새로운 감상 포인트를 선사한다.

1938년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의 성공으로 성공가도를 달렸던 찰스 디킨스는, 이후로 연달아 세 작품이 혹평과 판매 저조에 시달리게 되어, 경제적 어려움과 집필 난항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은 사활을 건 싸움이었다.

6주 만에 원고를 완성해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책을 판매한다는 계획으로, 찰스 디킨스는 '스크루지' 캐릭터까지는 설정했지만 도저히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가 없어 괴로워한다. 이때 스크루지가 작가와 교감하는 캐릭터로 살아나와, 스토리의 첫 단추를 열어주는데, 이는 죽은 스크루지 사업 동료 제이콥의 아픈 성찰적 고백에서 시작된다.

제이콥 : 내가 만든 족쇄를 찬 거야

다 내가 만들었어

한 조각씩

다 만들어 붙였어

내 자유까지

쇠사슬로 묶어버렸지

내 자유의지도...

꽁꽁 묶인 거야

온 몸을 감고 있는 사슬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아?

찰스 디킨스 : (스크루지를 가리키며) 저 분이요?

제이콥 : 아니, 자네 말일세. 쇠사슬이 온 몸을 조이는군

하지만 다음 단계로 깨달음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찰스 디킨스 자신도 그 쇠사슬을 끊어내야 하는데 말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부채 문제로 감옥에 끌려가고, 구두약 공장에서 일하면서 굶주림과 싸워야 했던 그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부정하고 싶은 자신의 일부였다. 이제 스크루지는 자기를 만들어낸 작가 자신의 무의식에 숨겨져 있던 어두운 과거를 마구 들추어낸다.

난 굶주림이고...추위이자 어두움이다

난 네 생각의 그림자이자 네 가슴의 상처

네 영혼의 얼룩이다

그런데 난 절대 너를 떠나지 않아

사람은 변하지 않아

너는 여전히 공장 노동자야

네 아버지처럼 무용지물이라고

자선 모금 행사라면 빠지지 않는, 의식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포장된 그의 내면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어린 시절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을,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만들어낸 인물 스크루지가 가차 없이 들어 올린 것이다.

하지만 그 잊고 싶은 아버지가 ‘다른 사람의 짐을 덜어주는 사람은 소중하다’는, 자기 삶의 가치의 근간이 된 가르침을 주지 않았던가. 이제 자기 연민의 고통스러운 쇠사슬을 끊어버려야 한다. 마침내 그는 아버지와 아버지로 인해 겪어야 했던 허기진 유년 시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용서하면서, 그는 시대와 문화를 넘어서는, 기념비적인 ‘크리스마스 철학’을 남길 수 있었다.

평소에 만나기만 하면 냉소적 대화만 일삼던 작가 새커리의 서평이 "크리스마스 캐럴"의 온기를 잘 전달하고 있다.

‘(찰스 디킨스는) 영감으로 한 장 한 장 이야기를 만들어갔는데’

‘글을 보면 가슴이 벅차고 때론 부끄럽기도 하다’

‘인간의 사랑과 어리석음을 다 보여주기 때문이다’

평생 외면했던 아픈 과거와 화해해가는 작가의 모습을, 판타지적 구성으로 전개하는 이 영화가, 이 시대의 스크루지, 찰스 디킨스 뿐 아니라,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막힘(blockage)'에게 탈출하는 용기를 주기를 소망한다. (번역자 주 : 영화 속에서 찰스 디킨스가 집필의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스크루지는 그에게 ‘글이 막혔냐(blockage/blocked)’며 비웃음을 던진다)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2017)>에서 야수 및 왕자 역으로 열연한 댄 스티븐스가 고뇌하면서도 즉흥적이고 산만한 찰스 디킨스로,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및 애니메이션 목소리 출연으로 국내 팬들에게 친근한 크리스토퍼 플러머(<업(UP), 2009>의 찰스 먼츠 목소리 역 등)의 뻔뻔한 스크루지로 출연한다. 이 둘의 작가-주인공 케미 연기가 재미에 한몫을 크게 하는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는 2018년 1월 개봉관에서 관객에게 그 서재의 문을 열어준다. (끝)






<엘리스 헤지나 (2016)>_ 너무 짧게 불타오른 브라질의 디바 영화에 대한 백만가지 생각들

<엘리스 헤지나 (2016)>

127일 개봉

114

브라질

15세 관람가

감독 : 휴고 프라타

출연 : 안드레이아 오르타, 구스타보 마차도, 카코 시오클러 외

 

 

2017년 지난 여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초청되어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엘리스 헤지나>브라질의 국민 여가수 엘리스 헤지나의 음악 세계와 삶을 다룬 영화이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면서 음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킨 그녀는, ‘태풍(Furacão)’, ‘작은 고추(Pimentinha)’라는 별명까지 얻으면서 인기와 명예와 부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개인사는 험난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린 나이부터 가난한 집안의 가장으로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야했고, 당시 군 쿠데타로 어수선한 정치 분위기 속에서, 유럽 순회공연 인터뷰에서 브라질은 고릴라가 통치한다라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군 정부는 그녀의 노래 아름다운 흑인흑인들의 체제 전복적 사상을 담았다며 그녀를 반정치 인사로 몰고 갔다. 싱글 맘으로 살던 당시, 아이를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던 그녀는, 군 행사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군에 협조한다. 엘리스 헤지나 자체가 매우 정치적인 인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과 손잡은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으로 그녀는 반정부 매체, 동료로부터 혹독한 비난과 비웃음을 받았고, 노래가 전부였던 그녀에게 큰 고통이 되었다. 순수 예술을 사랑했기에 노래를 하고 싶지만, 노래를 하기 위해서는 세상과 타협해야 하는 현실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딜레마를 이렇게 기자에게 토로한다.

 

너무 힘들어요

오만가지 간섭을 하면서

그걸 마케팅이라고 하더군요

음악의 상품화

 

음반사는 돈만 생각하죠

음반이 곧 돈이란 건데

음악에 예술가의 영혼이 없다면...

LP판은 검은색 플라스틱에 불과해요

음반사들은...

음악을 판다면서

어이없게도 예술가를 싫어해요

옛날엔 예술에 자유란 게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아세요?

대중적인 음악이란 걸 연구한 후

그걸 계속 틀어줘서 사고 싶게 만들죠

그 팔릴 음악을 노래하란 거예요

새로운 작곡가도 절대 못 쓰게 해요

실험적인 건 싫다나

 

결혼 생활도 순탄치 못 해, 첫 남편, 음악 제작 기획자 호날두 보스콜리, 두 번째 남편 피아니스트 세자르와 각각 이혼하고, 세 아이의 싱글 맘이 된다. 새로운 음반을 준비하던 중 술과 코카인 중독으로 196236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녀의 삶은 샹송의 여왕, 프랑스의 국민가수로 일컬어지는 에디트 피아프를 생각나게 한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강렬하고 폭발적인 성량은 모두를 사로잡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젊은 나이네 세상을 떠났다는 점에서 그 둘은 많이 닮아있다. 무대 10년 전 국내 개봉했고, 마리옹 꼬띠아르 (에디트 피아프)에게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라 비 앙 로즈(La Mome, The Passionate Life Of Edith Piaf, 2007)>와 함께 보면 영화의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엘리스 헤지나, 에디트 피아프, 그 외 역사에 족적을 남긴 수많은 예술가들이 온몸을 불사르며 살다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은, 예술 열망과 현실타협에서 휘청거리다가 길을 잃었기 때문은 아닐까.

 

소문만 무성했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사실이었음이 밝혀지는 우리 현실을 봐도, 예술가들이 정치와 권력, 그리고 막강한 자본의 패악질로부터 독립적인 문화개체로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때로 노래 가사는 가수의 삶과 사연을 그대로 닮아있다. 너무 뜨거워서 오래 탈 수 없었던 불꽃처럼 아주 짧았던 그녀의 생이, 바로 이 노래 가사에 씨줄과 날실처럼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줄 타는 곡예사여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아프고 힘들고 쓰라리지만

흔들리는 그 줄은 희망

예술가의 뜨거운 영혼

쉬지 않고 불타오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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