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 헤지나 (2016)>_ 너무 짧게 불타오른 브라질의 디바 영화에 대한 백만가지 생각들

<엘리스 헤지나 (2016)>

127일 개봉

114

브라질

15세 관람가

감독 : 휴고 프라타

출연 : 안드레이아 오르타, 구스타보 마차도, 카코 시오클러 외

 

 

2017년 지난 여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초청되어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엘리스 헤지나>브라질의 국민 여가수 엘리스 헤지나의 음악 세계와 삶을 다룬 영화이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면서 음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킨 그녀는, ‘태풍(Furacão)’, ‘작은 고추(Pimentinha)’라는 별명까지 얻으면서 인기와 명예와 부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개인사는 험난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린 나이부터 가난한 집안의 가장으로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야했고, 당시 군 쿠데타로 어수선한 정치 분위기 속에서, 유럽 순회공연 인터뷰에서 브라질은 고릴라가 통치한다라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군 정부는 그녀의 노래 아름다운 흑인흑인들의 체제 전복적 사상을 담았다며 그녀를 반정치 인사로 몰고 갔다. 싱글 맘으로 살던 당시, 아이를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던 그녀는, 군 행사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군에 협조한다. 엘리스 헤지나 자체가 매우 정치적인 인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과 손잡은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으로 그녀는 반정부 매체, 동료로부터 혹독한 비난과 비웃음을 받았고, 노래가 전부였던 그녀에게 큰 고통이 되었다. 순수 예술을 사랑했기에 노래를 하고 싶지만, 노래를 하기 위해서는 세상과 타협해야 하는 현실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딜레마를 이렇게 기자에게 토로한다.

 

너무 힘들어요

오만가지 간섭을 하면서

그걸 마케팅이라고 하더군요

음악의 상품화

 

음반사는 돈만 생각하죠

음반이 곧 돈이란 건데

음악에 예술가의 영혼이 없다면...

LP판은 검은색 플라스틱에 불과해요

음반사들은...

음악을 판다면서

어이없게도 예술가를 싫어해요

옛날엔 예술에 자유란 게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아세요?

대중적인 음악이란 걸 연구한 후

그걸 계속 틀어줘서 사고 싶게 만들죠

그 팔릴 음악을 노래하란 거예요

새로운 작곡가도 절대 못 쓰게 해요

실험적인 건 싫다나

 

결혼 생활도 순탄치 못 해, 첫 남편, 음악 제작 기획자 호날두 보스콜리, 두 번째 남편 피아니스트 세자르와 각각 이혼하고, 세 아이의 싱글 맘이 된다. 새로운 음반을 준비하던 중 술과 코카인 중독으로 196236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녀의 삶은 샹송의 여왕, 프랑스의 국민가수로 일컬어지는 에디트 피아프를 생각나게 한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강렬하고 폭발적인 성량은 모두를 사로잡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젊은 나이네 세상을 떠났다는 점에서 그 둘은 많이 닮아있다. 무대 10년 전 국내 개봉했고, 마리옹 꼬띠아르 (에디트 피아프)에게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라 비 앙 로즈(La Mome, The Passionate Life Of Edith Piaf, 2007)>와 함께 보면 영화의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엘리스 헤지나, 에디트 피아프, 그 외 역사에 족적을 남긴 수많은 예술가들이 온몸을 불사르며 살다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은, 예술 열망과 현실타협에서 휘청거리다가 길을 잃었기 때문은 아닐까.

 

소문만 무성했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사실이었음이 밝혀지는 우리 현실을 봐도, 예술가들이 정치와 권력, 그리고 막강한 자본의 패악질로부터 독립적인 문화개체로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때로 노래 가사는 가수의 삶과 사연을 그대로 닮아있다. 너무 뜨거워서 오래 탈 수 없었던 불꽃처럼 아주 짧았던 그녀의 생이, 바로 이 노래 가사에 씨줄과 날실처럼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줄 타는 곡예사여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아프고 힘들고 쓰라리지만

흔들리는 그 줄은 희망

예술가의 뜨거운 영혼

쉬지 않고 불타오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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